지난 주일, 그러니까 작년 마지막 주일 저녁에 일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밤 11시가 다 되어서 교회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교역자실 불이 켜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여 교역자실에 들어가 보니, 왠 아가씨 둘이 열심히 뭘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청년회 김선영양과 그녀의 남동생 김경태군이었습니다.

둘이서 올해(그러니까 당시로서는 내년도) 교회 표어를 본당에 붙이기 위해 표어 글자를 만들어 글자판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교회 표어가 새롭게 바뀌어서 달려있는 것을 모두들 알아차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자리에 얌전하게 붙어있어서 그냥 그대로인 줄로만 아신 분들도 혹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티나지 않게,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남들이 다 돌아간 후에, 밤늦게까지 수고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교회 구석구석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게 수고하고 땀흘리고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무슨 댓가도 바라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하면 되는 일이니까, 그냥, 이유나 조건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교회가 이렇게 소리없이 움직일 수 있는 거겠지요.

별것도 아닌 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 하나 해놓고서 내가 했노라고, 그러니 모두 다 알아줘야만 한다고 사방에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들 백명보다, 그렇게 말없이 수고하는 한 두 사람이 있어서 교회가 움직일 수 있는 거겠지요.



그렇게 말없이 자기 자리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이 곳곳마다 있는 우리 수송교회는 참 복받은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