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실에 있다가 잠깐 밖에 나왔더니, 앞이 안보일 정도로 눈이 오고 있었습니다.

눈이 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눈은 참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 같습니다.

눈이 온 한 밤중에 길에 나섰더니, 대낮같진 않더라도, 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환해서 오히려 어색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처럼 대낮부터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둡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얀 눈이 내리면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좋다고 뛰어다니지만,

길은 막히고 차는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댑니다.

이렇게 한바탕 눈이 오고 나면 더럽던 것들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세상이 깨끗해지지만,

잠시 후에 눈이 녹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지저분해지고,

혹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리면 또 난리가 나지요.

눈은 참 여러 가지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눈이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당황할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만큼 오는 눈은 눈이 온다고 하기도 쑥스러운 나라들, 노르웨이나 핀란드나 그런 곳에서도 우리처럼 눈이 온다고 혼란스러워하고 당황하지는 않을 테지요.

눈이 온다고 당황하고 허둥대는 건 우리가 너무 교만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이 제일이라고, 모든 걸 사람 생각만 해서 사람 위주로, 사람만 위해서 만들어 놓다보니까, 자연과의 조화가 깨지고, 그래서 자연이 조금만 심술을 부려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스란히 당하고 마는 건 아닐지요.

아, 그것도 심술이 아니겠지요. 자연은 그냥 제 할 일 하고 있을 뿐일테니까요.



어울려 사는 삶, 사람과 어울릴 뿐 아니라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삶을 배우는 게 하나님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는 길이 아닐까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과도 어울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나님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이제 눈은 그친 모양이네요.

창 밖으로 눈 쌓인 거리를 보면서, 눈이 많이 와도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나 저나 눈이 빨리 녹아야 주일날 예배에 지장이 없을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