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다 당신이 더 불쌍해요



아시아 네트워크|개고기 논쟁(싱가포르)

인종·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힌 브리지트에게 보내는 편지… 제발 구달 박사에게 배우시오





축구는 늘 남성과 여성 사이에 논쟁거리를 제공해왔지요. 대개 남성들이 무슨 기념일 같은 건 쉽게 잊어먹지만 축구시합 일정만은 어김없이 기억해내는 재주를 지닌 탓입니다. 여성들은 대개 축구처럼 강한 경쟁태도를 보이는 걸 별로 즐거워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당신은 그 축구잔치인 월드컵을 통해 당신 나름의 만족을 얻고 싶은 모양이지요?





<당신은 문화제국주의의 외투를 걸쳤어요>





내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말은 왜 ‘불쌍한’ 한국을 물고늘어져 당신의 그 조그마한 게임에 끌어들이느냐는 점입니다. 이런 당신의 행동을 두고, 흘러간 스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오고 싶은 욕망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두달 전 당신이 종교적 편견까지 동원해서 신문의 머릿면을 장식했던 걸 보면 왠지 자꾸 수상한 생각이 드는군요.



“‘양도살자’인 무슬림들이 프랑스를 모조리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엄청난 인종적, 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힌 충동질로 결국 당신은 두달 전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까지 받았다지요? 그런데도 당신은 또 4천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을 ‘개고기 먹는 야만인’이라 부르며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야만적인 문화에 유죄판결을 내리라고 외치고 있다면서요?



당신이 서울올림픽 당시 핏대를 높이며 한국의 개들에 대한 자비심을 표현한 지 꼭 13년 만에, 월드컵이라는 국제적인 스포츠판이 한국에서 벌어질 시점인데 다시 한국의 개들에 대한 자비심이 요즘 증폭되고 있는 모양이지요? 지난 13년 동안은 한국의 개들이 무사했는지요. 당신의 국제적인 자비심 발기 주기는 13년마다인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국제행사가 있을 때만 그 자비심은 불같이 타오르는 성질을 지녔나요?



내가 진정으로 궁금한 건, 당신이 지닌 그 인종주의적인 발상이에요. 모피를 입는 대신, 당신은 동물보호운동가의 외투를 걸친 셈인데, 동물 이전에 당신 자신에 대해서는 돌아볼 기회가 조금 있긴 했나요? 당신 눈에 한국의 개는 불쌍하고 아시아의 짐승들은 안타깝고 따라서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들은 모조리 야만인처럼 보이겠지요.



어째서 즐거움을 위해 여우를 사냥하는 야만인 영국은 1996년 유러피언컵을 무사히 개최했고, 거위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여 대량생산하는 거위간인 ‘포에 그라이’를 먹는 야만적인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을, 또 캥거루를 먹는 그 야만인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2000년 올림픽을 당신의 그 잘난 공개편지 한번 받지 않고 잘도 지나갔는지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인종적·종교적인 혹은 무슨 문화적인 편견 따위가 없는 사람인데도, 당신 같이 환경철학과 동물보호철학을 갖추지도 못한 채 문화제국주의적 양식만을 몸에 지닌 이들에 대해서는 참을 수가 없군요.



당신에게 한마디 충고하자면, 당신이 진정 동물보호운동가가 되길 열망한다면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처럼 모든 영장류와 살아 있는 생명 모두를 존경하는 법부터 배우기 바랍니다.





<구달 박사가 자연을 사랑하는 법>





35년 동안 동물을 연구해온 구달 박사가 아프리카 밀림에서 어떻게 침팬지를 사랑하는지부터 연구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겠지요? 지금 그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구달 박사가 어떤 특정 문화나 국가나 인종에 대해 야만이 어떻고 따위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다는 걸 당신은 한국의 개를 애처로워하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한다는 뜻이지요.



구달 박사는 당신과 같이 가볍고 이기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행동들이 오히려 거부감을 증폭시키며 역효과를 낸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달인에 해당하는 동물보호가니까요. 만약 당신이 구달 박사의 정신과 행동을 이해하거나 쫓아가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여긴다면, 한때 영화판의 스타로서 그 사랑스럽게 삐쭉나온 입술을 월드컵경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닫고 있을 수 있는 연기를 권장해보고 싶군요. 남성들, 특히 한국 남성들이 적어도 당신을 더욱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리유 얀 민(Liu Yan Min) <스트레이트 타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