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예측할 수 없단다.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어. 그래서 너희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어.” 재미교포 조나단 심(Sim)씨가 두 자녀 네이던(Nathan·남·5)과 나탈리(Natalie·여·4)에게 말문을 열었다.

“너희들을 위해 많은 꿈을 갖고 있단다. 열심히 공부하고, 추종자가 아닌 지도자가 되렴.”그는 막 구입한 비행기 장난감 이야길 꺼냈다. “네가 하늘 높이 쏘아올려 줬으면 하는 아빠의 희망을 담은 장난감이란다.” 잠시 목이 멘 심씨의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이 꿈꾸는 것 이상의 꿈을 꿈꾸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엄마를 돌보고,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 잘 들어라. 너흰 우리에겐 참 소중한 선물이야. 너희를 정말 사랑해.”2년 전 여름 뇌졸증으로 숨진 심씨(당시 33세)가 생전에 만들어놓은 ‘아빠의 편지(Daddy’s Letter)’라는 제목의 비디오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 비디오가 뒤늦게 공개돼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 2년 전 뇌졸증으로 숨진 재미교포인 조나단 심(Sim)씨가 2002년 5월에 찍어둔 '아빠의 편지'. 자녀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어 미국에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시애틀타임스 영상 녹화
• 미 일간지 시애틀타임스는 심씨가 남기고 간 비디오를 24일 소개했으며, 이 내용이 인터넷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 세계적 아동구호 기구인 ‘월드비전’에서 일하던 심씨는 9·11테러 발생 8개월 뒤인 2002년 5월 아내 켈리(Kelly)씨의 도움을 받아 시애틀의 집에서 비디오를 찍었다. 당시 아들은 생후 7개월이었고, 딸은 엄마 뱃속에 있었다. 5일간의 태국 방콕 방문을 앞두고 있던 그는 9·11테러를 떠올리며 ‘만약의 상황’ 대비하고 싶었다.

매주 야구와 골프를 즐길 만큼 건강했던 심씨에게 정말로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두 아이가 사촌들과 아래층에서 뛰놀던 2005년 7월 23일의 한 평화로운 아침, 심씨는 뇌졸증으로 심한 발작을 일으켰고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장례식에서 심씨가 만들어놓은 비디오를 틀어 그를 추억했다. 심씨의 심장과 신장, 간은 다른 생명을 위해 기증됐다.
오는 8월엔, 심씨가 월드비전에서 일하면서 기여한 모금액으로 아프리카 잠비아의 외딴 마을 드와치얀다에 초등학교가 세워진다. 이 학교 이름은 ‘조나단 심의 유산 학교(Johnathan Sim Legacy School)’로 붙여진다.


  유첨파일 : 생전에 찍은 사진 속에서 아내 켈리씨, 아들 네이선, 딸 나탈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