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이트에 올린 글을 같이 올려 봅니다.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동들에게 책과 친구되게 하려면 아래의 방법이 좋다고 기자는 설파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이지영] 아이 키우는 집이 지저분해 보이는 데는 책도 한몫한다. 창작동화부터 자연관찰.명작동화.전래동화.과학동화.위인전.역사책까지 '기본으로 읽혀야 한다'는 책만 갖춰놓아도 수백 권은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책을 산 지 오래됐다거나 잘 안 읽는다는 이유로 마구 버릴 수도 없는 노릇. 인테리어 면에서도 책은 골칫덩이가 되기 일쑤다. 아이와 책을 가깝게 만들어 주면서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 서점처럼 진열하라

서울 용산 소빅스문고 '키즈앤맘' 코너 북자키 강응숙씨는 "책 때문에 집이 아무리 지저분하게 보여도 아이가 책과 멀어지게 책을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책을 제목만 보이도록 책장에 빼곡하게 꽂아두는 방법은 독서교육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점에서도 책장에 꽂아놓은 책보다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대에 '깔아놓은' 책들이 훨씬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강씨는 "아이에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집에서도 책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해야 한다"고 권했다. 책을 소파 옆 탁자나 식탁 위에 깔아두고, 책장에 꽂을 때도 책 표지가 보이도록 세워두는 게 좋다. 진열할 책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 몫이다. 아이가 최근 관심을 보이거나,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책을 뽑아 정기적으로 바꿔 진열한다. 아예 책 표지가 앞으로 보이도록 꽂는 철제 책꽂이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책장에 책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꽂는다면 일단 헐렁하게 꽂는다. 책을 빼지 않아도 약간만 움직이면 표지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둔다. 책장에 가지런히 책을 꽂아둔 뒤 그 앞에 액자나 인형 등 장식품을 세워두는 것은 책 꺼내는 것 자체를 번거롭게 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책을 거꾸로 꽂아둔 뒤 아이에게 "책을 읽고 나서 똑바로 꽂아라"고 하거나, 아이가 한 번 읽을 때마다 책 제목 밑에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 도서관식 분류법을 응용하라

책이 계속 쌓이면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십진분류법'을 응용할 수 있다. 십진분류법은 총류.철학.역사.사회과학.자연과학.공업산업.예술.어학.문학에 각각 0에서 9까지의 숫자를 붙여 주제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책에 십진분류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어린이책은 문학의 비중이 높고 다양한 분야가 통합된 책이 많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역사물.자연과학류의 책을 일단 구별한 다음, 특히 많은 문학류는 좀 더 세세하게 분류한다. 서울 사직동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사서 이주연씨는 "문학책은 창작동화.명작동화.전래동화.위인전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꼭 주제별 분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배열하게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 좋고, 아이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절로 알게 되기 때문에 정리정돈이 쉬워진다. 책을 살 때마다 아이에게 도서목록을 만들어 보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책에 대한 아이의 애정을 키울 수 있다.

# 버릴 책은 버려라

책이 아무리 소중하다 하더라도 무작정 끌어안고 있으면 곤란하다. 이주연씨는 "주변 사람에게 물려받은 책 중 1988년 이전에 출간된 책은 과감히 버리라"고 충고한다. 88년부터 맞춤법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잘못 고른 책도 과감하게 버린다. 별 내용 없는 책을 자리만 차지하게 놔둘 이유가 없다. 마구잡이로 기획된 전집류, 지나치게 교훈적이기만 한 책 등을 추려낸다.

책을 버리지 않고도 책의 분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서울 행당동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김소희 관장은 "책을 너무 아끼지 말라"며 '스크랩북 만들기'를 제안했다. 김 관장은 "책 표지나 아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만 오려내 스크랩북을 만들면 수십 권의 책을 노트 한 권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크랩북은 아이의 훌륭한 독서노트가 되기도 한다.

당장 양을 줄이기 힘들다면 '책 순환법'도 사용해 볼 만하다. 일단 시리즈나 전집류 등을 몽땅 창고로 치운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한 권씩 아이가 꺼내보게 하거나, 아이가 한 권 읽을 때마다 다음 책을 선물하는 방식이다.

이지영 기자, 구민정 인턴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