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은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달려

갔지만, 불행히도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멀쩡하던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

하게 닫은 채 우울하게 지냈다.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말할 수 없이 아팠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한 쪽 눈을 기증하겠

다는 것이다.

하지만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 쪽 눈 이식 수술을 마친

청년은 한동안 그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청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청년은 붕대를 풀게 되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의 눈에서는 굵

은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는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게 장님 몸뚱이가 짐

이 될 것 같아서..."



어머니는 끝내 말을 다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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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어제 친정에 다녀왔다.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으셨다고 했다.



새로 지은 집은 토지구획 문제로 등기도 안된 상태이고,알량한 상가 건물마저 매기가 없어 팔릴 기미도 없다.다 팔아봐야 빚 정리하면 남는 것도 없다고 한다.



효험도 입증되지 않은 온갖 '명약' '건강 식품'을 들고 계시지만 그건 의사의 진단을 부정하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1만분의 1이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모를까.



몸이 괴로우니 투정도 느셨나 보다.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다고 "내가 40년 이상 산 여자라고 믿기지 않는다"고 당신의 아내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셨다고 한다.끼니라고 해 봐야 죽 한사발이 고작인데....



그가 최근 컴퓨터를 들여다 놓고 인터넷을 시작했다.주소도 만들어 드렸는데 아직 서툰 탓인지 E메일 보내도 회신이 없다.



양평에 다녀올 때만 해도 의연한 표정이셨는데,최근 너무 고통스럽다고 아내에게 털어놓으셨다고 한다.아내는 직장도 다 때려치우고 친정에 내려가고 싶다고 한다.



당뇨로 인해 뼈만 남은 채 마른 장작처럼 임종하셨던 목사님,사흘전부터 그렇게 가래만 연신 뱉어내더니 숨을 거두셨던 할머니 그리고 가출후 무임승차를 시도하다 청량리역에서 열차에 치여 숨졌던-당시 그의 얼굴의 절반은 칼로 도려낸 것처럼 열차바퀴에 의해 지워졌다- 친구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죽음을 준비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산다는 건,죽음을 예비하는 것일까.



갑자기 어머니가 나를 위해,가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어버이 살아계신 것만 해도 축복이라고 했는데,나는 그저 생각에만 머물러 있다.가시고 나면 후회할 것을,,,



결국 나는 죄인으로밖에 남을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