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페이지에 '제사장'이라는 호칭으로 글을 올리신 분이 몇분 계시더군요.

최근에는 유재호님이 계속 그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목사님께서 만인제사장에 대하여 설교하신 이후부터 그러신 듯합니다.

목사님 말씀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제사장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제사장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틀린 얘기는 아닐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즉, 모두가 제사장이기 때문에 '제사장'이라는 호칭은 썩 적절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국인이니까, 자기를 한국인 아무개라고 부르는 것이 틀린 건 아니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모두 한국인인데 굳이 '한국인'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입니다.

호칭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위해 붙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식의 일반적인 호칭은 호칭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수식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 호칭을 통하여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하겠다는,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은 그 호칭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런 뜻은 아니리라고 믿습니다.

제사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데는 또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어떤 사회든 그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교인이 스스로든 남이든 '제사장'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제사장이라는 칭호보다 더 적절하고 영광스러운 칭호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제사 제도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마지막으로 폐지되었고, 제사장직도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마지막으로 폐지되었습니다. 만인제사장은 모든 기독교인이 제사장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제사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운전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운전기사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제사장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그 사람이 제사장인 것은 아닙니다. 제사장은 일반적인 호칭이라기 보다는 특별한 지위와 직업에 대한 칭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에게는 제사장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예언자를 비롯한 더 많은 기능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제사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의 기능을 한 분야에 제한하는 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은 바람직한 일일 수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를 제사장이라고 부르는 유재호 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듯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또 교회와 민족 앞에서 책임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결단의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적절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호칭에 대하여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실천이겠지요.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