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제가 이만큼 컸어요. 모두의 사랑을 받은 것 때문이라고 고백하랍니다.^^


요새는 우리 준수형 때문에 맨날 늦게 잡니다.


밤 12시에도 형은 쌩쌩합니다.


피아노 치고 싶다고 엄마한테 졸라대지 않나, 밥을 달라고 하질 않나.


할 수 없이 엄마는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긴 합니다만, 저도 덩달아 그 때문에
형이 북치듯 피아노 건반 때리면서 목에 힘주어 부르는 그 노래를 듣게 됩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마치 형이 저한테 불러주기라도
하는 듯 저를 이따금씩 바라보면서


끝까지 부르는데 그 한 곡을 꽤 여러번 반복합니다. 빨리 다른 레파토리를 만들어야
할텐데...


요사이 형이 변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세면대로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 스스로 치카치카(양치질)를 하게
된 사실입니다.


저는 아직 엄마 젖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양치질 빼고도 형은 할 줄 아는
게 참으로 많아졌습니다.


압력 밥솥 끓으면 가스렌지 불을 줄일 줄도 알고, EBS TV 문단열 영어 강사가
뭐라 말하면


그 어려운 영어 발음을 흘리듯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또 집에 오는 모든 걸려오는 전화는 형의 차지입니다.


마치 회사 사무보는 경리라도 된 듯 전화만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통으로
우선 달려갑니다.


뭐라 못 알아 듣는 말이 나오는 성싶으면 그제야 옆에 있던 아빠나 엄마에게 수화기를
건넵니다.


그럴 때 그 표정은 마치 자기 전화가 아니어서 건네준다는 식의 제법 진지한 얼굴입니다.


아무튼 저의 신고식은 시간 관계상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참, 이 사진은 엄마 무릎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아빠가 디카를
눌러대지 뭡니까?


그래서 이렇게 꼼짝없이 찍혔습니다. 귀엽게 봐주시고요...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