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구조주의학자의 한명인 자크 데리다는 '언어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면서 '의미는 결코 자기 자신과 동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기표(signifiers)와 기의(signified)라는 개념을 도입했다.기표는 언어의 기호적 측면을 지시하는 것이며,기의는 언어의 의미적 측면을 가리킨다.좀더 쉽게 설명한다면 기호는 문자이고,기의는 선험적인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령 어떤 낱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 볼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전에는 담겨져 있지 않는 더 많은 뜻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의미는 기호에서 직접 나타나지 않으며,어떤 면에서는 의미는 기호에 없다는 것이 데리다의 주장이다.즉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시해도 그 뜻이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데리다는 말하거나 글을 쓰는데 있어서 내가 의도한 바를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상당히 골치아픈 얘기를 서두에 꺼낸 것은 고목사님과 유재호집사님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대화를 할 때나 글을 쓸 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뜻밖의 반응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나는 이런 의도로 말을 꺼냈는데,상대방은 엉뚱하게 받아들인다.또 어떤 글을 썼는데 나중에 읽어보면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 나도 어떤 글을 올리고 난 뒤 고목사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일이 있다.아니 꼭 지적이라기보다는 생각 또는 개념을 명확히 해두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내 실제 생각은 그런게 아니었다.이곳이 공개된 게시판이라는 점과,청년부터 나이드신 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성도가 이용하기 때문에 용어의 선택이나,표현을 놓고 상당히 망설일 수밖에 없다.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을,그가운데서도 일부만을 완곡하게 돌려서 표현한 것 뿐인데 그것을 내 생각의 전부로 보셨나 보다.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그런 각도에서 보면 그럴수도 있겠구나…교회에서 만나면 잠깐 말씀드려야지,..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그대로이다.목사님과 '논쟁'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 Reply를 달지 않았다.



아무리 완벽한 논리와 문장으로 무장한다 하더라도 데리다의 학설에 따르면 허점이나 '변의'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나,글을 쓸 때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단어의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나는 가끔 그런 느낌을 받는다.



덧붙여 무심코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큰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