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산책>이 연재 되던 <코리어 저널>이 9월 4일부로 정간 됨.

캐나다의 심한 불경기로 광고 수입이 줄어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였던 것이 원인.

교민들이 모금 운동을 시작하였으나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일시 정간이 아니라 폐간으로 보아야 할 것임.


<목요산책>은 자동으로 중단하게 되었는데 다음 호를 위하여 써 놓았던 <피라미드>를 마지막으로 보내며 인사를 대신합니다.


                                                     피라미드


  <한국 영농 기술 개발에 금자탑(金字塔)을 세운 분>, <심장병 치료에 금자탑을 세운 분> 등의 말이 지금보다 더 많이, 유행처럼 쓰이던 때가 있었다.
<금자탑을 세우다>의 뜻은 어느 분야에서 후손에게 길이 남을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 금자탑이 바로 피라미드다. 사각뿔 모양의 외양과 내부의 상징적 모습이 중국 글 金자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벽돌과 돌로 만들어진 현존하는 81개의 피라미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큰 것은 2.5톤 무게의 돌을 230만개 사용하여 축조 되었다니 그 엄청남에 놀라게 된다.

   30년 전 이집트에 갔을 때 사진으로만 보던 피라미드가 모래 바람 저 쪽에서 멀리 나타남을 보고 가슴이 뛰던 기억은 새롭다. 업무 출장이기에 시간에 쫓겨 내부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낙타를 타고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박물관에서 유품들과 파라오들의 미라를 본 것과 피라미드 주변의 돌 몇 개를 주어온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피라미드는 기원 전 삼천 년부터 약 삼천 년에 이르는 이집트의 30개 왕조 시대에 세워진 왕과 왕족의 무덤 중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천체 관측, 신전, 심지어 곡물 창고였다는 학설도 있다. 엄청난 유물, 세밀하고 교묘한 설계, 우주의 질서와 일치시키기 위한 천문학적 지식과 4차원 세계를 넘나드는 힘의 피라미드는 현대 과학 기술을 총 망라해도 아직 풀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신비의 건조물이기도 하다.

   흙으로 비탈길을 계속 높여가며 축조했다는데 그렇게 크고 무거운 돌을 그렇게 높이까지 쌓았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많은 노예를 동원하여 강압적인 방법으로 축조했으리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나 최근 새로운 학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집트학의 권위자인 영국의 카트 맨델슨 박사는 노예들이 동원된 것이 아니라 일반 백성이 자발적으로 참여 했다는 것이다.

   매년 나일 강이 범람할 때에는 국토의 많은 부분이 침수되었다. 강의 범람으로 당시 백성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거리를 잃었고 그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피라미드를 건조 했다는 것이다. 뉴딜정책이 이미 사천년 전에 이집트에서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피라미드 근처에서 발굴된 축조 노동자들의 무덤에서 나온 뼈는 남녀 비율이 거의 같고 어린 아이의 뼈도 많이 발굴됨에 따라 가족 단위로 생활하며 일 했다는 학설을 뒷받침 한다. 강이 범람하는 4개월간을 전후로 백성을 살리기 위한 국가적인 행사이며 자연과의 조화, 공존의 조화, 이집트인들을 일치시킨 지혜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거의 대부분이 해독된 지금이니 스핑크스 안에서든 지하에서 더 많은 출토품이 나온다면 축조 목적, 과정, 방법과 용도 등의 수수께끼가 오래지 않아 풀릴 것이다. 동원 되었던 모든 사람이 죽고 스핑크스는 돌로 만들어진데다 오래 전에 못된 손들에 의해 입이 깨져 버렸으니 당분간은 비밀에 묻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일샌드를 겨냥한 한국 원유 개발 업체들의 캐나다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현지 조사와 계약 단계에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유전 범위가 넓고 오래 계속되며 많은 인원이 필요한 일이니 높은 지식과 양질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아주 좋은 일이다. 단순 지분 참여나 노동력을 파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굴, 운영 등을 직접 수행하면 행정 업무와 노동력 투입은 물론이고 많은 인원을 위한 위생과 치료, 숙소 건설과 관리, 식품과 식당, 옷과 세탁 등 부수 효과도 상당히 클 것이다.

  198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많은 공사 현장에는 15만 명의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한국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을 때라 15만 명이 양식을 축내지 않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고 애국하는 것이라는 농담을 했다. 육해공군 각 병과별로 다 모여 있으니 여차하면 국군과 연합하여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도 오고 갔다. 해외에 어떤 기반을 가지는 것은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좁은 땅에서 좁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지구 온난화로 침수 우려가 있는 곳에 성벽을 쌓는 등 큰 토목 공사에 뛰어 드는 일에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과 선봉장 역할을 하여 잠시의 불황 타개는 물론 경제 대국이 되는 금자탑을 세워야 할 것이다.

   피라미드가 노예를 동원하여 만든 왕의 무덤이라 할 때에는 감탄하면서도 눈살이 찌푸리다가 백성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지어졌을 것이라고 할 때는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