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났다. 캐나다와 미국의 방송들은 유족과 유산 문제를 비롯하여 그의 생애에 관한 소식을 매일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으며 생중계된 장례식은 장엄했다. 워낙 유명한 가수라 이름과 <MOON WALK>를 비롯하여 그의 독특한 춤 동작의 일부는 알고 있지만 큰 애도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구석기 시대의 인물임은 틀림없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라는데 어느 뉴스에서는 그가 여덟 가지 마약 성분이 든 약을 매일 복용 했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 마약을 시작했든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된 뒤에는 실제의 나와 밖에 높이 떠 있는 나 사이의 간격에 대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더욱 많은 마약을 탐닉 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 공원에서 어느 노인을 만났다. 평일 오후라 거의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한 시간이 넘게 산책을 하고 왔는데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니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준수한 얼굴에 기품이 있어 보였다.

  “나는 에드몬톤에서 은퇴하고 벤쿠버에 살지만 가끔 이곳에 온다.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알버타 대학을 졸업하고 토론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유수한 석유회사에 파격적인 좋은 조건으로 입사하여 나의 자랑이었다.
그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행방불명이 되었을 때에야 그가 오래도록 마약에 젖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살던 집은 물론이고 아들이 알 만한 곳에는 휴대폰 번호까지 알려 놓고 가끔 확인 하고 있으나 지난 11년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4년 전 발신인 주소가 없는 아들의 엽서를 받았는데 엽서에 찍힌 소인으로 보아 남미 어느 나라에 있는 것 같아 날아가서 한 달 동안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개를 유난히 좋아 했던 아들이 소년일 때 개를 데리고 이 공원에 자주 왔었기에 혹시나 해서 온다. 어떤 때는 이 공원 벤치에 누워 있는 꿈을 꾸고 즉시 날아온 적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또래들과 같이 교회에 다녔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기도를 하였지만 요즘 교회는 노인 몇 명만 보일 뿐 텅 비어 있다 교회를 떠난 아이들은 다 어디에 갔느냐. 캐나다의 교육 정책과 사회 구조에 문제가 많다.”

  최근에 UN이 캐나다를 주요 마약 생산 및 공급 국가로 지적 했다. PARTY DRUG의 최대 공급 국가라는 것이다. PARTY DRUG은 액스터시, 필로폰 등 파티에서 애용하는 마약류를 총칭하는 용어라 한다. UN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캐나다에서 생산된 마약의 50%가 해외로 밀반출 되며 호주와 일본에서 적발된 필로폰의 각각 83%와 62%가 캐나다에서 밀수입한 것이란다. 많은 양의 마약이 지금 캐나다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그 거래가 범죄 조직과 연계하여 점점 대형화 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우연한 기회에 경비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 하고 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소년원 경비도 맡았었는데 6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소년수들의 증오에 찬 눈빛, 자학에 가까운 절망적인 몸짓, 희망을 잃은 늘어진 얼굴을 보는 것이 끔찍했단다.

  나는 앞서 말한 노인을 만났던 공원에 지금도 자주 간다. 그 날 이후 그 노인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가 한 말은 어제 들은 듯 생생하다.

“내 아들은 어머니도 형제도 없이 자랐다. 나는 장기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기에 아들은 사춘기를 거의 혼자 넘겼다. 공부하기를 좋아 하는 착실한 아이로만 보았지 그의 외로움과 정신적 방황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재기 불능의 폐인이 되어 있다 해도 내 생전에 만나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사랑과 관심이 부족 했던 것에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꼭 잡아 주고 싶다. 깊이 안아 주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