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야 편히 잠들라"



"1000년전에 죽은 임금이나 60년전에 죽은 너희들의 할머니나 30년후에 죽을

너의 친구들이나 다 땅에 묻히는구나."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냐?"



장자를 잃은 74세의 친구의 아버지께서는 먼저 보내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 후

자세가 흐트려지셨다. 이 말씀 중에 공원묘지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물을 소리없이 흘렸다. 바로 전에 크게 울던 친구의 형수도 소리

없이 울었다.



내 친구의 아버지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자식들과 손주들을 모아놓고

"내가 저기 위의 4평짜리 묘자리를 택하지 않고 이 3평짜리를 택한 이유는

이 자리는 산맥을 파낸 생땅자리인지라 젊은이가 죽은 것과 맞는 듯하고

00의 아들 01과 02들에게도 이 지력이 미쳐 제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

에서 그렇게 했다. 너희들은 이뜻을 01과 02에게 전하도록 하여라."

라고 말씀하셨다.



2박3일 중에 하루밤만 집에서 자고 아이가 아픈 와중에도 계속 그 장례식장에

함께 했던 이유는 무얼까?



형을 잃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일까?

아마 그런 이유라면 내가 간다고 해서 위로를 받을 친구가 아니다.

왜냐 하면 8년전에 형수와 세 딸과 유복녀를 두고 떠난 형을 가진 나로서는

장례식에 함께 있다고 해서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그 장례식에 간 이유는 새로운 변화에 소극적인 친구의 누나들과 형

(친구는 삼형제인데 첫째 형이 죽었으므로 둘째형이 된다)이 앞으로 새로운

가족 구성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싸우고 있는 동생(나의 친구)

을 돕기 위해서 그 장례식에 있었던 것이다.



장례식을 끝내고 돌아오는 영구차 안에서 나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도 관조적으로 즐기라. 감정에 싸이지 말고 냉정히 삼오제 후에 강력히

새로운 변화에 대해 온 가족이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너 하나가 나서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야. 이후의 일들에 대해 생각이 없는 형과 누나들을

생각이 있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