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는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 많은 경우에 이 둘이 혼동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송현석 집사께서 제 말이 “잘못”되었다고 했는데,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송집사님의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사실 떡 문제에 대해서 절대적인 진리는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분배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그 답도 한가지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정치는 결국 이 분배의 문제를 어떻게 공정하게 할거냐가 그 핵심이라고 정치학 시간에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도 제 말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송집사님의 의견 역시 가능한 의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송집사님의 의견처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누어주려는 시도들이 성공적이었던 적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 안에는 많이 버는 사람도 있고, 적게 버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버는 사회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 그렇게 차별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불공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이 버는 사람에게서 많이 가져가서, 그것을 적게 버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제도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지금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 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획일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불공정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제도에 비해 비교적 공정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무튼, 제 이야기의 초점은 분배의 정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공정성이라는 것이 획일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었고, 재호나 동혁이 둘 중에 누가 더 교회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지를 말하려고 했던 것도 물론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 더 길게 얘기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부서에 발령을 받아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재호와 동혁이가 동일하다고 보는 것도 저와 견해가 다른 부분입니다. 저는 시험에 붙은 것과 취직을 한 것은 엄격히 다르다고 봅니다. 재호의 경우는 “현대건설”이라는 구체적인 회사에 취직을 해서, 아무튼 그 회사 안의 어떤 부서에 배치되기를 기다리는 입장이고, 동혁이의 경우는 이제 행정고시라는 국가시험에 붙었을 뿐이지, 어느 “회사”에 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 자체를 회사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너무 비약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도 문제의 촛점은 시험에 붙은 것과 취직을 한 것이 같으냐 다르냐가 아니라, 시험에 붙은 것을 광고란에 실을 것이냐 아니냐에 있다고 봅니다. 취직한 일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시험에 합격한 일을 광고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대학입시 역시 당사자들에게는 대단히 크고 중요한 일이지요. 그러나 대학에 합격했다고 주보에 광고를 싣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 동혁이가 행정고시에 합격한 일도 마찬가지 이유로 주보에 싣기가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유재호집사님이 지적한 의사고시 합격자에 대해서는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기억에만 의존한 것은 제 불찰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도 저는 제 원칙이 옳다고 믿습니다. 의사고시에 합격했다는 광고는 그다지 적절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후에 어떤 병원에 취직이 됐을 때 광고를 내는 편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덧붙일 말은, 그때 의사고시에 합격하신 분은 저는 전혀 모르는 분입니다. 송집사님 표현대로 하면, 그분도 우리 교회에서 별로 “배부른” 입장은 아니었으리라고만 짐작할 따름입니다.

저는 오히려 송집사님께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만약, 광고에 권동혁군의 합격 소식만 실리고, 이재호군의 취직소식이 빠졌다면, 어떻게 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이 틀렸기를 바라지만, 저는 송집사님이 의도적으로 교회 안에서 편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 안에 어떤 사람들은 특혜를 받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하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교회 안에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거나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이 일부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교회의 전체적인 정서나 공식적인 입장에서 전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우리 교회에 소속된 성도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주보에 수록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주보 지면 관계로 취사선택하여 수록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특정한 사람을 존중해서 그 사람의 일은 시시콜콜 수록하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을 무시해서 그와 관련된 일을 묵살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입니다.

주보는 교회의 커뮤니케이션 통로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보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주보에 실리는 것이 어떤 서열이나 특권인 것도 아닙니다. 주보에 실리지 않았어도 다른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주보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널리 전해지기도 하고, 예배나 집회시간에 광고를 통해 알려지기도 합니다.

서정대교우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년이 넘도록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분이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이 주보에 실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분이 “아 교회나오지 마라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상식적인 일일까요? 그래도 서정대교우의 득녀소식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고, 교회에서는 심방 날짜까지 잡았었는데, 본인의 사정으로 연기되었습니다.

교회는 여러 가지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됨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합니다. 혹시 교회 안에 분열이나 갈등이 있다면 모두가 힘을 합쳐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어 하나되게 하는 것이 모두의 책임일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분열을 가중시킨다든지, 파벌을 형성한다든지, 특정인이나 집단을 배격한다든지 하는 건 그리스도의 몸을 해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제 이 문제를 가지고 더 이상 논란을 계속하는 것은 교회에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좀 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이야기들이 홈페이지에도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송현석 집사님도 수송교회의 집사로서,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출석하고, 좀 더 열심히 봉사하시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