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이 이야기



우리교회에 범진이라는 아이가 있다(이제 너무 커서 청년이라고 불러야겠다).

나는 그와 대화를 거의 나누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너무 부쩍 커버린 때문인지 눈에 자주 띈다.또래들과 어울릴 처지가 못되서인지 늘 혼자 다닌다.그리고는 친하다 싶은 사람에겐 말을 걸거나 툭툭 친다.



한달전인가 친교실에서 범진이가 젊은 여성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아는 체를 했다.그분은 “때리지 말아.아이 아프단말이야”라고 싫은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느 남자 집사님이 눈을 부라리며 “때리지 말아”라고 잔뜩 겁을 줬다.



나는 범진이를 불렀다.”범진아.키가 몇센티나 되니?.벌써 어른이 다 됐구나.너는 이제 씩씩한 남자야.너무 힘이 세져서 살살 쳐도 아프단다.그리고 너도 ‘남자’가 됐는데 여자를 보호해야지 툭툭 건드리면 되겠니?”라고 말을 건네자 멋적게 웃었다.



그리고는 냉큼 “아저씨,과자 사주세요”라고 말했다.

“점심 먹었니?밥을 다먹고 나면 사줄게”.그러자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곤 슈퍼마킷으로 나를 끌었다.가게에서 제법 비싼 과자를 집고 나오더니만 보다 작은 것으로 하날 더 집는다.”여자친구 줄꺼에요”.’그래 이성 친구를 사귈때도 됐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과자를 양손에 든 그의 얼굴엔 미소가 넘쳤다.마치 승리자 같았다.



그리고 어저께(25일),범진이는 역시 외톨이였다.딱 한번 얘기했을 뿐인데 범진이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이번엔 호칭이 사님이었다.”집사님,우유 사주세요”.”그래 밥은 먹었니?” “밥은 싫어요.우유 먹을래요”.

그리고는 여자친구의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역시 예상대로 사진의 주인공은 유명 연예인이었다.수첩에 붙여서 고이 간직한 채.



사주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묘안이 떠오지 않은 나는 ”알았어 따라와 봐”..그리고는 범진이를 집사람에게 인계했다.잘 설명해 주라고.(집사람은 특수교육 현장경험이 많으므로).



과문한 내가 보기에도 범진이는 정상에 가깝다.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된다.그리고 다운(Down) 증후군이 있는 아이와 달리 외모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자폐아의 경우처럼 대화가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도 아니다.



집사람 얘기로는 범진이를 보면 손으로 홰홰 젓거나 무작정 “안돼”만 연발하는 집사님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물론 한두번쯤 잘 해 줄수 있지만,자꾸 치근덕거린다는 느낌이 들면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범진이는 사랑이 필요하다.그는 따뜻한 말 한마디,격려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