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다리는 삶



어제(18일) 처가를 다녀왔다.아니 그저께부터니까 1박2일이다.

양평에 근사한 별장을 갖고있는 선배의 초대를 겸해서 장인 내외분이 사시는 양평을 들렀다.



그는 전보다 훨씬 말랐다.허벅지며 종아리며 근육은 다 빠지고,앙상한 뼈에 들러붙은 약간의 근육들이 어머니의 말라빠진 젖가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현재 46Kg,36인치나 나가던 허리는 30이 채 안된다고 한다.죽조차 쉽게 넘어가지 않아 쉬엄쉬엄 심호흡을 하신다.



그날 마침 교회에서 대표기도를 하셨는데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이제 기도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 장로들이 통솔하는 심방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



몸은 말랐지만 혈색은 더욱 좋아지셨다.얼굴의 검버섯도 엷어졌고 비록 창백하지만 붉은 기운도 돈다.목소리에도 생기가 살아났다고 집사람은 기뻐했다."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삶에 대한 욕망에 강렬하면 그렇게 되는 법이지…"라고 말했지만 나도 그대답에 자신이 없다.



남한강가 일식집에서의 조졸한 성찬은 지나간 그의 생신기념으로 대신했다.세숫대야만큼이나 큰 사발에 담긴 죽을 몇숟가락밖에 떠넣지 못했지만 회도 몇점 드시고는 평온한 표정을 지으셨다.



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데 어색하게 웃으시는 것을 보곤,마치 영정사진을 찍는 노인들의 그 마음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남한강수련원을 들러 잠시 거닌 다음 댁에 모셔놓고 서울로 향했다.나오시지 말라고 했는데도 파자마 차림에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하신다.내년 봄에도 그와 함께 남시리에서 점심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나의 장인이며 양평장로교회 장로로,위암 3기 수술후 재발,시한부인생을 살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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