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애리조나가 올드(?) 시리즈 5차전에서 진 다음 날 한동안 연락안하던 선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교회 잘 다니냐?"

"여전하지라, 근데 어제 잠은 잘 잤어요?"

잠시 한 호흡 만큼의 침묵이 흐른뒤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난 재방송 보는 줄 알았다니깐"



아마도 병현이가 주저 앉았을 때, 뉴욕의 시민들과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마치 조그만 동양인 투수를 상대로 한 뉴욕 양키스의 승리가 미국의 승리일거라고 받아들이는 모습같아 보였습니다.



4차전에서도 한명만 더 잡았으면 됐는데, 8회 3타자 모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9회에도 빗맞은 안타 외에는 버니 윌리엄스를 상대로 삼진을 잡고 투아웃까지 만들었는데, 아뿔사 홈런을 맞아버렸습니다.

5차전은 관심을 안가졌는데 또 홈런을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음날 어느 일간지 일면기사 제목이 "일어나 병현아" 였습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미국 내에도 텃세가 심하게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월드시리즈 개막전에 뉴욕의 여느 일간지에 애리조나의 홈인 피닉스시에 대해 이렇게 안내했다고 합니다. "거기엔 지하철이 없으니까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뉴욕의 레스토랑에는 턱시도를 하는게 기본예절이지만, 피닉스에서는 꼭 양말을 신어야 합니다"



테러 참사 후에 애리조나 홈경기에서도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식과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가 계속 있었던 걸로 압니다.



어쩌면 애리조나의 홈팬들은 미국민으로서 같이 아파했던 뉴욕의 고통에 대해서 자신들에 대한 비아냥거리는 모습으로 반응이 돌아왔을 때 상당한 자존심의 상처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그래서 김병현 선수를 끝까지 응원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넌 홈런을 맞았지만 건방진 양키스 타자들을 계속해서 삼진으로 돌려세웠쟎느냐"



다행히 애리조나가 이겨서 주위에 애타던 많은 우리 동포들도 오늘 하루 여유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