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6일자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의 보도. 교육관 신축 프로젝트와 관련해 도입해볼만한 교육 프로그램 컨셉트로 홍보부에서 옮겼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야 성공하고 행복해진다.’ ‘당신 속에 숨겨진 잠재력을 찾아내라.’ 자신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자기계발(self-improvement)’ 산업이 미국의 불경기와 실업증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책, 다이어트, 세미나, 캠프 등에서 시작된 자기계발 산업은 다이어트와 영양보조제, 요가·명상 등과 연결한 상품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약 60억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한 시장조사기관은 자기계발 산업이 올해도 12.9%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화 다스리고, 인내심도 키우고



40대의 마리아와 피터 페인(Paine) 부부는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워싱턴 DC 중심가의 서점 ‘보더스’의 자기계발 코너에 들렀다. 부인 마리아는 “남편에게 화를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을 사주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피터는 “당신은 인내심 키우는 법을 좀 배워야 한다”면서 ‘인내심의 힘’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그 책의 부제는 ‘서두르지 않고 더 많은 행복과 성공, 마음의 평화를 매일 누리는 법’이다. 이들은 “상식적으로 다 아는 얘기지만 그래도 책을 보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작년에 해고당했다가 넉 달 만에 가까스로 직장을 구한 한 20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실업으로 상심해 있는 동안 이런 책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음의 위안은 되더라”고 했다.



자아를 찾는 법, 행복해지는 법, 성공하는 법, 마음의 평화를 찾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등등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각론을 가르치는 책들은 자기계발업계의 주력 품목이다. 이 책들은 ‘진정한 변화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면서 자조와 자립의 정신을 강조하는 ‘셀프-헬프(self-help)’ 서적들이다. 서점들은 아예 따로 이 코너를 마련해두었고, 뉴욕타임스 ‘북 리뷰’는 이런 충고와 방법론을 다룬 책들의 판매순위를 별도로 집계한다.



◆ 상품화되는 셀프-헬프 전도사들의 인생체험



이러한 서적들이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오자 최근에는 50개의 고전적인 셀프-헬프 서적을 골라 소개한 ‘셀프-헬프의 고전 50권’이라는 책까지 나왔다. 이 책의 저자인 톰 버틀러-보든(Butler-Bowdon)은 셀프-헬프에 대한 인기는 대단히 미국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셀프-헬프 관련 서적은 전 세계 서적 판매량의 7~12%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저자들이 대부분 미국인이라는 것이다.



셀프-헬프 책 저자들은 그 자신이 곧 상품이자 기업이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셀프-헬프 전도사인 앤터니 로빈스(Robbins)는 책과 영양보조제, 연설, 세미나 개최 등으로 매출 8000만달러 규모의 ‘자기계발 제국’을 건설했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는 “나는 남을 따르지 않고 이끈다. 나는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나는 파괴하지 않고 창조한다”고 외친다. 그가 매년 스타디움을 빌려 여는 자신감 불어넣기 행사에는 수천명이 참가한다.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Winfrey) 쇼’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심리학자 필립 맥그로(McGraw)도 최근 주목받는 셀프-헬프 전도사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해결 방법에서부터 ‘주어진 대로 살지 말고 목표에 따라 전략적으로 인생을 창조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큰 호응을 얻어 올해 초 ‘닥터 필’이라는 토크쇼까지 시작했다.



오프라 윈프리 역시 대표적인 셀프-헬프 전도사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윈프리가 전했던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찾으라”는 메시지는 많은 미국여성들의 호응을 받았다. 윈프리는 자신의 인생철학이 담긴 잡지 ‘오(O) 매거진’도 발간하고 있다.



◆ 기업체 ‘자신감·활력 불어넣기 행사’ 정기 개최



셀프-헬프 산업의 각종 상품들은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좌절에 굴복하지 말고, ‘어느 정도의 불행은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사람들을 자극한다. 또한 자기 자신의 방법대로 성취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



셀프-헬프 전도사들이 강연을 통해 자신감 불어넣기에 나설 경우 그 가격도 엄청나다. 로빈스 같은 수퍼스타는 강연 한 번에 10만달러를 넘게 받고, 중하위급 연설자들의 보수는 한 번에 7500~3만달러 수준이다. 기업체들도 이 같은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셀프-헬프 전도사들을 초청해 직원들을 ‘자극’한다.



연설자들의 모임인 국제연사국(ISB)의 마크 리드(Reede) 회장은 “이들 연사들의 강연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는 확실치 않지만, 기업들이 반복해서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월간지 ‘세일즈 앤드 마케팅 매니지먼트’는 지난 7월호에서 “세일즈팀 책임자는 열의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주입하는 가치를 인정한다”면서 경기가 나쁠수록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