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방영되는 동물들에 관한 다큐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동물들의 사는 모습에 때로는 무릎을 치게도 되고, 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콧등이 시큰해질 때도 있다. 또 인간을 무색케 하는 가족애, 동료애 등에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올 때도 있다. 인간에 비해 하찮게 생각되었던 동물들의 세계가 알고 보면 인간 세계보다 더 합리적이고 정치적이며 신의가 있는 세계인지도 언뜻 알 수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개미 박사로 널리 알려진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쓴 인간과 동물에 관한 책이다.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펴낸 것인데, 책의 제목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고 마냥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저자는 개미와 꿀벌, 여러 종류의 새 등 저자가 그동안 공부하면서 관찰했던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인간 세계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그렇게 우주 속에서 한 점에 불과한 공간인 지구에서 그렇게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새삼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여기저기 기고했던 글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똑 같은 이야기가 몇 군데에 중복되어 인용되어 있어 조금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알면 사랑한다'는 저자의 믿음과 더불어 책 곳곳에는 동물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엿보인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알면 사랑한다'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 등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동성애, 호주제 폐지, 입양, 교육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동물의 세계를 통해 꼬집고 있다. 이렇게 동물 세계의 예를 들어 인간의 잘잘못을 지적해내는 것은 이 책의 특징이자 미덕이다.



그러나 동물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하다 보면 과장된 논리로 반감을 주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46억 년을 살아온 지구에서 현재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종의 삶은 소용없는 반감을 채워주고도 남는다. 생명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과학자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비할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가 지구라는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필요성이 있어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어가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작 한 순간("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조상에서 분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500만 년 전의 일이다. 지구의 나이 46억 년을 하루, 즉 24시간으로 환산하면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현생인류가 탄생한 것은 그보다도 훨씬 최근인 15만 년 내지 23만 년 전의 일이고 보면 인간은 그야말로 순간에 `창조'된 동물이다.")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이 그토록 오래 지속되어온 생태계를 단시일에 파괴하는 주범이 되었다는 사실은 아주 슬프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각각 존재의 이유가 있다. 우리 인간만이 생태계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꿀벌 사회의 민주주의, 개미들의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 거미의 지극한 모성애, 타조의 자식 입양 등 이 책에 나온 많은 동물의 생태를 알아가다 보면 동물을 사랑하게 되고 나아가 인간,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아무래도, `자연에 써올린 반성문'이라고 저자 스스로도 말할 정도로 때로는 훈계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평소 우리가 이름조차, 혹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생명체들과 이유없이 혐오했던 동물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해줄 것은 분명하다.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생태학 석사,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물학과 교수로 있으며 개미박사로 불릴 정도로 개미에 대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개미뿐 아니라 거미 등 사회성 곤충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까치와 조랑말의 사회구조 및 성(sex)의 생태, 그리고 박쥐를 비롯한 동물의 인지 능력과 인간 두뇌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제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곤충과 거미류의 사회 행동의 진화' '곤충과 거미류의 짝짓기 구조의 진화' '개미 제국의 발견' '알이 닭을 낳는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