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으로 권장도서 목록을 선정해 일방적이고 일회성으로 벌이는 책읽기운동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장기적으로 펼치는 시민 차원의 새로운 책읽기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충남 서산시와 전남 순천시 등이 잇따라 ‘한 도시 한 책 읽기운동’을 도입해 자발적이고 지역중심적인 새로운 책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충남 서산시는 최근 한국도서관협회와 함께 시 차원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운동을 시작했다.



서산시가 선정한 책은 황선미씨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올해 연말까지 서산시내 주요 서점에서 이 책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여 판매하는 한편 시내 도서관의 책읽기 모임 등을 통해 독서 및 토론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서산시내 각급 학교에서 이 책의 삽화를 순회 전시하고 있으며, 지난 14일에는 작가 강연회를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서산도서관 박미희 사서는 “문화에 대한 목마름이 큰 지역 주민들에게 이런 행사를 계기로 작가도 초청하고 또 책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어 반응이 좋다”며, “서로 책을 선물하는 ‘책 선물 릴레이’ 운동 등으로 열기를 확산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산이 펼치고 있는 이 독서운동은 지난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널리 확산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서인 낸시 펄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현재 미국 전역 50개 주 가운데 38개주 90여개 도시로 확산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독서운동 시민단체인 책읽는사회와 함께 ‘기적의 도서관’ 1호를 설립한 순천시도 이 도서관 건립에 맞춰 지난 10일부터 임철우씨의 소설 <등대>를 선정해 1년 동안 ‘책 1권, 하나의 순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한 도시 한 책 읽기운동은 독서운동을 지역 기반으로 추진한 사례라는 점과 함께 단순히 독서 진작에 그치지 않고 독서 이후 과정에서의 독서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두 도시 모두 독서 이후 다양한 토론의 여지가 있는 책을 선정해 운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독서운동에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준/ 한겨레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