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1일 한겨레신문 고명섭 기자의 보도/ 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 홀거 라이너스 지음·이미옥 옮김/ 궁리 펴냄·9500원]



우울증은 질병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마음의 악성종양이다. 암세포를 그대로 두면 건강한 세포를 갉아먹어 마침내 몸을 무너뜨리듯이, 우울증을 방치하면 마음이 무너지고 필경은 환자를 자살로 몰고 간다. 사회적 낙오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이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은 쉽사리 우울증의 덫에 걸려든다.



<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은 이 영혼의 질병, 정신의 오라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지은이 홀거 라이너스는 독일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성공한 사업가다. 그러나 그는 20년 동안 우울증의 수렁 속에서 헤맸다. 성의없고 무능한 의시를 만나 약물중독의 위험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이 책에서 어떻게 우울증의 늪을 건너 새 삶을 살게 됐는지 정말로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 삶의 절실하고도 일그러진 소망에 대한 집착의 손아귀를 풀어버리는 것에서부터 우울증 치료는 시작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끝없는 비애감과 위기감을 털어낸 지은이의 우울증 탈출기는 여러 사람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