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실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자칭 타칭 ‘연애박사’인 홍영수(27세, 가명)씨는 과연 그럴 만한 인물이다. 용모도 출중하고, 직업도 버젓하고, 잡기도 오만 가지 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정작 홍씨의 ‘연애성공술’은 엉뚱한 데 있었다. 동료 여직원이 보는 앞에서 ‘아차’하고 컵을 깨드리고는 멋쩍게 웃는다거나, 첫 데이트에서 극장표를 잃어버리고 온다거나 하여, 한두가지 빈틈을 슬쩍 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술수에 넘어가는 여성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홍씨의 ‘성공술’에는 분명한 심리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못하는 것 없이 지나치리만큼 잘난 사람이 사소한 것에서 실수라도 하면 그에 대한 인상이 웬지 더 좋아진다. 그 사람도 나처럼 실수를 할 때도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작용해서일까.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보다 잘났지만 어떤 면에서는 허점이 있는 사람이 더 좋다. 왜 그럴까?



심리학에서는 대인매력을 결정하는 개인의 특징 중에 대표적인 것을 성실성, 유능성, 다정다감, 신체적 매력 등이라고 꼽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능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호감을 받고, 유능한 사람이 실수를 할 경우에는 오히려 호감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에 애론슨 등이 1966년에 했던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 실험 >

애론슨 등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우리나라의 ‘퀴즈 아카데미와’ 비슷한 ‘대학 퀴즈 상’대회의 녹음 기록을 들려주었다.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거의 모든 질문에 답을 맞췄다. 또다른 한 학생은 보통 정도의 실력을 보였다. 그리고 애론슨 등은 퀴즈가 끝난 다음 학생들이 자신의 옷에 커피를 엎지르는 소리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들려주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유능한 학생에게 더 많은 호감과 매력을 느꼈다. 즉, 질문에 척척 대답한 학생은 보통 수준의 학생보다 더 많은 호감을 받았다. 그리고 똑같이 척척 대답한 학생을 놓고 커피를 엎지르는 조건만 달리했을 때, 커피를 엎지른 쪽이 엎지르지 않은 쪽보다 훨씬 더 호감을 받았다.



커피를 엎지르는 행동은 유능한 학생을 보다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더 많은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보통 수준의 학생인 경우 커피를 엎지른 조건은 커피를 엎지르지 않은 경우보다 호감을 덜 받았다.



이 실험은 완벽하고 유능한 사람일수록 때로는 가벼운 실수가 호감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인 경우 같은 실수일지라도 오히려 더 무능하게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또한 알려주고 있다.



이런 원리는 TV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 시청률 조사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한번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앵커보다 조금씩 말실수를 하는 앵커쪽이 훨씬 인기가 높고 프로그램 시청률도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잘나면 질투와 시기를 받는다. 그러므로 이따금 슬쩍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미지 관리의 중요한 기법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 너무 잘나 시기하는 적을 많이 만들어 실패한 정치인, 시시콜콜한 것까지 완벽하게 관리하려다 실패한 기업인들을 흔히 본다. 지나치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지배하려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 좋은 인상관리를 원하고,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면(이 점이 중요하다!) 때로 의도적이더라도 작은 실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 최창호 - pp.39~42



(옮긴이:류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