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곰"이 빚는 하모니



얼마 전 안정.안지 부부는 집수리를 위해 한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곰처럼 넉넉해 보이는 아줌마와 여우처럼 약삭 빨라 보이는 아저씨를 만났다.



서로가 많이 달라 보였지만 그들은 뜻밖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줌마의 조금 둔한 듯한 면을 아저씨가 재치 있게 채워 주고,아저씨의 급한 성격을 아줌마의 여유가 감싸주는 것 같았다.



여우 같은 마누라하고는 살아도 곰 같은 마누라하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다.



여우가 곰보다 낫다는 말일까? 안정.안지는 곰과 여우를 나누는 기준에 대해, 그리고 곰과 여우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곰과 여우를 구별하기 위한 작은 테스트 하나.



투명한 봄 햇살에 훤히 드러나는 아내의 잔주름이 보기 싫었던 남편이 큰 맘 먹고 고급 화장품을 선물했다.



화장품을 받고는 남편에게 쏘아 붙이며 그 화장품을 결국 현금으로 바꿔온다면,그 아내는 곰.



일단 남편의 선물은 선물대로 고맙게 받고 나서 그 화장품의 가격이 정 마음에 걸린다면 남편 몰래 조금 싼 화장품으로 살짝 바꾸는 재치를 발휘한다면, 그 아내는 여우.



곰과 여우 구별법 한 가지 더.



영화를 보면서 여자 친구가 울 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에서 우는 여자 친구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왜 우냐며 끈질기게 물어 온다면, 그 남자는 곰.



우선 우는 여자 친구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주고 나서, 영화가 끝난 다음 그녀가 운 이유에 대해 살짝 물어보는 여유와 더 이상은 노 코멘트로 덮어줄 줄도 아는 아량을 갖추었다면, 그 남자는 여우.



여우가 볼 때 곰은 답답하기만 하고, 곰이 볼 때 여우는 꾀만 넘친다.



하지만 여우라고 해서 곰 같은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곰이라고 해서 여우 같은 재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우 같다고 손가락질하지 말고, 곰 같다고 무시하지 말자.



미련스러운 곰도 여우 앞에서 한번쯤 보란 듯이 멋지게 재주를 넘을 수 있고, 잔꾀에 밝은 여우도 곰보다 더한 우직함으로 자기 색깔을 고수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진짜 중요한 건 여우냐 곰이냐 하는 구분이 아니라,여우든 곰이든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 내는 조화의 정도가 아닐까? 여우와 곰,곰과 곰,여우와 여우 등 가지각색의 만남이라도 그 만남이 이루는 조화의 빛깔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묻어나는가 하는 것으로 진정한 베스트 커플을 가려낼 수 있다.





안정 ·안지 자유기고가 rejiza@hanmail.net



* 출 처 : 중앙일보 2002.4.18

* 올린이 : 모니터 요원 박미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