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청년을 처음 본 것은 3년 전 어느 여름으로 기억된다. 학구적이라고 들어서 꽤나 유식한 말이 많이 나올 걸로 알고 한때는 말조차 붙이기를 꺼려할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까지 유식한 단어는 별로 안 쓴 거 같다. 기껏해야,
"형, 피아노 치느라 고생했어. 배 고플텐데  같이 짜장면이나 먹고 가자! 물은 셀프야 알지?" 이 정도 투였다.
그럼 난 이렇게 답했다.
"짬뽕 먹을 거야. 그리고 물은 워터야. 의심나면 사전 뒤져 봐"
"......"

지내보면 갈수록 맘에 드는 구석이 많은 청년이다. 검소하고 바르고 겸손하고, 안치환 김광석 노래 좋아하고 뭐 그런 거 같다. 나하고 좀 닮은 구석이 있는 것도 같다...

문득 어제 찍은 디카 화일에 나타난 이 청년 권동혁 형제를 봤다.
어제 부활절 유아부 재롱쇼에 찬조출연 때문에 디카를 재호 형제에게 맡겼더니, 담겨있는 사진이었다. 동기라고 크게 박은 듯 했다.
"장가갈 나이인데..." 세월의 무상함에서 온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요즈음 많이 열심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발적으로...

시간 되면 금요 심야 기도회에서도 보자. 이번 주부터 박종은 집사님과 더불어 나는 피아노 치기로 했다. 은지 자매는 시간 되는 대로 협조해 주기로... 박경수 형제는 아직 대답이 없다.
인생 뭐 있어? 이렇게 우리는 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