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들어섰다.
익숙한 깃발과 피켓, 사람들의 구호소리.
그 때로 돌아간 듯 했다.
피켓에 쓰여진 구호를 보면서, 연사의 발언을 들으면서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강하게 몰려왔다.

나는 무얼했는가.
그 짧은 시간 불타다 쉬이 꺼진 등잔불이었나.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나는 무얼해야 하는가.

우리는 통일을 말하면서 평화를 말하면서 과거청산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제국의 행보를 걸었다.

평화는 모두의 평화여야 한다.
STOP THE WAR
PEACE OF ALL

제국의 평화는 가라.


내가 그토록 슬펐던 이유는
승리의 확신 없이 그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렇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양심에 귀기울여야 한다.
(평화의 구호도 결코 공허한 것이 아니다)

평화. 평화. 평화.


파병에 관해서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우리의 군대가 그 땅에서 학살과 억압을 자행하기 때문이 아니다.(그렇지 않다)
우리의 논리가 우리의 이해에 따라서 평화를 정의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과 확장의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이다.
아니다.
우리의 논리가 그 자체로 괴로운 것이다.
우리가 평화를 모른다는 사실이 괴로운 것이다.
알고도 외면하는 현실이 괴로운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배울 것이 많고 , 공부할 것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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