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인형장사를 하고난후 6개월뒤의 일이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인형을 팔고있는데 10시쯤 중년의 사내가 인형좌판으로 다가왔다.


검게 때가앉은 와이셔츠위에 허름한 양복을 입고있는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이 인형얼마예요?"


"신랑신부 인형이요?삼천원인데요 손님"


"하나주세요"


"네"


"장사 잘 되나요?"


"웬걸요 하루에 서너개도 팔지 못할‹š가 많아요 그나마 인형이라도 팔아서 살아갈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많이 파셔야 할텐데... 삼천원이라고 하셨죠?"


"네 손님"


"여기있는 신부의 모습이 꼭 아내를 닮아서요"


그렇게 말하며 천 원짜리 세장을 건네주는 사내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는 봉지에


담긴 인형을 꺼내 양복 바깥주머니에 넣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김씨가 사내를 다시 본것은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서였다.


점퍼차림의 사내는 양손에 가득짐을 들고김씨에게 다가왔다. 전과는달리 그의 얼굴은 매우


밝아보였다


"안녕하세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그럼요 저번에 밤늦게 오셨던 분이시잖아요"


"그때사간 신랑신부인형을 한쌍 더 사려구요"


"아,그러세요?"


김씨는 신랑신부 인형 한쌍을 봉지에 넣어 사내에게 주었다. 그런데 사내는 신부인형을 꺼내 다시


김씨에게 건넸다.


"저는 신랑만 필요하니까 신부는 여기두고 가도 되겠지요?사실은 집에있는 신부인형이


얼마전 신랑을 잃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신랑인형만 있으면 돼요"


"그럼 인형 값을 다 받기가 죄송한데 ......"


"무슨말씀이세요 마땅히 다 받으셔야지요 신랑 인형만 가지고 가는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데요 뭐 "


"그래도 미안해서..."


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때 사내는 바닥에 놓았던 보따리 안에서 물건이 담긴 검정색봉지를 꺼냈다


"이리로 오다가 길에서 과일좀샀어요 별거아니지만 집에 있는 아이들 갖다주세요"


"왜 이런걸...?"


"감사의 표시니까 그냥 받아주세요 그리고 인형 많이 많이 파세요"


사내는 김씨에게 연거푸 감사하다며 머리숙여 인사까지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김씨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과일봉지 안을살펴보니 그 안에는 편지한통이 들어있었다


 


\'열흘전,나는 밤거리에서 당신을 처음봤습니다. 그날 나는 세상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며


밤길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죽기위해 미리봐두었던 한강으로 가는 길에서 당신을 만났던


것입니다.무심코 당신이 이쓴ㄴ 곳을 보았을 때 당신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인형들을 앞에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나도모르게 당신의 그런모습에 이끌려 신랑신부인형을 샀습니다


나는 사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오랫동안 빚쟁이들에게 쫓겨다녔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살아갈자신이 없어서 차라리 죽음의 길을 택하려 했던것입니다


한강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가 다될무렵이었습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동안 여러번 갈등도


했었고 아내와 자식들 생각에 절망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왔을때 이상하게도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리의 난간위로 한 쪽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한 쪽 발을 땅에서 땟을때


온몸이 떨려오기시작했습니다 눈을 꼭 감고 뛰어내리려는 순간 첨벙하는 소리와


두려움에 깊이 찔린 나의 몸은 중심을 잡지못하고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떨어진 곳은 강물이 아니라 다리위의 콘크리트 바닥이었습니다 .나 자신도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나보다 어떤물건이 강물로 떨어지며 들려준 아주 작은소리가


내의식을 송곳처럼 찌르고 지나갔습니다


나보다 먼저 물속으로 뛰어든것은 내주머니속에있던 인형이었습니다


만일 그 인형이 나보다 먼저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강물로 몸을 던지고 말았을겁니다


다리 난간에 기대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순간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몰라도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하지만 세상을 증오하지않고


거리에서 인형을 팔며 세상을 끌어안으려는 당신의 모습이 선뜻 내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것이었


습니다.


만일 그 날밤 당신을 만나지 안았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닐겁니다 당신께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참, 그리고 저도 내일부터 장사를 시작하려고합니다 거리에서 양말이라도 팔아보려고 오늘은


공장으로 직접가서 양말을 사가지고 오는 길입니다. 저에게 이런용기와 희망을 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


 


 


그의 편지를 일고난 김씨에게도 무어라 말할수 없는 힘이 솟아났다


오늘 하루 하나밖에 팔지 못한 바닥의 인형들을 바라보며 그는 아내와 딸아이의 소중한 꿈을


생각했다 .


그리고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하루하루 안으로 기어들어가기만 했던 목소리에 기운이 실려 우렁차게


밖으로 터져나왔다


"인형 사세요! 예쁜 인형들 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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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학교의 이념이 \'그리스도의 복음전파\'와 \'하나님나라 실현\'이더군요. 복음전파엔 나름대로 열심이었던 한세기동안의 우리 민족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우리 기독인들이 이땅에서 복음에 터잡은 하나님나라를 실현해나가는데 좀더 열심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또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의미와 의의가 되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